대학에서는 품질관리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는다
식품 관련학과 전공자들은 학부 졸업 시 다양한 직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식품 전공은 유독 생산관리, 품질관리, 개발, 마케팅, 연구 등 다른 학과에 비해 많은 직무를 업으로 삼을 수 있는데, 직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선택하게 된다면 억지로 근무하다 다른 직무로 변경하거나 도피성 대학원 진학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학부 과정에서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의 품질관리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식품공학을 전공한 학부에서 [품질관리]라는 강의를 수강하였으나, 이 강의를 수강하였다고 직무의 이해도가 크게 올라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면접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 이유는 대다수의 교수님은 현장에 있어 보지 못한 박사님들이시기 때문이다. 간혹 산업계에 적을 담았던 교수님들도 계시지만, 그분들마저도 품질관리가 아닌 연구직에 종사하시던 분들로 실제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회사에서 [품질관리]가 수행하는 업무가 무엇이며, 어떤 역량이 필요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지 못한다. 그러한 이유로 경력이 없이 신입 채용에 지원해야 하는 청년들은 1년이라도 직접 일해본 중고 신입사원들과 비교했을 때 직무이해도가 크게 차이가 나게 되어, 인지도 높은 회사에 더욱 취업하기 어려워지지만, 수익성이 낮은 식품산업에서 중소기업은 흔히 얘기하는 "열정페이" 수준의 아주 적은 초봉을 제시하여 무한 취업 준비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증가한 청년들의 미취업률 해소를 위해 나라에서는 국비교육을 시행하여 역량 강화하는데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청년 개개인은 도피성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취업 준비하며 직무와 관련되지 않은 공부를 하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야 하기도 한다.
건강기능식품은 "제약" 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식품" 도 아니다.
부모님이나 주변 어르신들은 비타민 등의 영양제(건강기능식품)를 보고 "약"이라고 칭하시기도 한다.
건강기능식품은 "약"과 엄연히 다른 것이며, 일상적으로 포만감이나 미각적인 만족감을 위해 섭취하는 "식품"과도 다르다.
향후에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다른 포스팅에서 깊게 다룰 예정이지만 간단히 얘기하고 넘어간다면 "건강기능식품"은 단어 그대로, 섭취 시 기능성을 나타낼 수 있는 식품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식품"이라는 것인데, 많은 사람이 제약에 빗대어 생각한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크게 성장하며 [제약산업]이나 [식품산업]에서 이직해 왔거나, 준비를 하시는 분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는데, 그분들과 대화하다 보면 [건강기능식품] 회사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본인이 몸담고 있던 산업의 품질관리와 같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제약산업]과 같다는 생각은 [건강기능식품] 회사에서 품질관리로 근무할 때 불필요한 행위들을 하게끔 만들어 업무 효율 감소 및 불필요한 야근 발생을 발생시킬 수 있으며, [식품산업]과 같다는 생각은 [건강기능식품] 회사의 품질관리 담당자의 필수적인 업무를 누락시키거나, 자가품질검사 주기를 준수하지 못하여 소비자에게 안전성이나 기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제품이 전달되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 회사에서 [품질관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필자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다가, 갑자기 취업으로 진로를 바꾸게 되어 "[품질관리]로 취업하겠다!"라고 목표한 뒤 강의 때 배운 내용을 토대로 직무분석을 하였지만 첫 면접에서 처참히 떨어졌었다.
면접 질문으로 "OO 유형의 품목의 제조공정도를 그리고, 중요관리점(CCP)을 정하시오." 가 나왔었는데, 칭량부터 포장까지 모든 공정을 중요관리점으로 설정하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HACCP에 대한 지식이지만, 당시 필자에겐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한 HACCP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품질관리]를 강의했던 교수님도 원론적인 내용만 언급하고 실무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설명해 주시지는 않았다. 그 이후 건강기능성식품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마찬가지로 산업에 대한 이해와 [품질관리] 직무에 대한 실무 이해도가 많이 모자라 곤욕을 겪었었다.
그 당시 필자는 무력감을 크게 느끼게 되어 먼 미래에 "품질관리의 실무자로 정보전달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였었고, "건강기능식품 회사 n년차 대리"가 되어 나처럼 어렵게 잡은 기회를 직무에 대한 이해도 및 실무지식 부족으로 허망하게 놓치는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 [품질관리] 시리즈를 기록하고자 한다.